귀뚜라미
나희덕
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
내 울음 아직은 노래가 아니다.
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,
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
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
숨막힐 듯,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
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 소리가
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.
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
그 소리 걷히고 맑은 가을 하늘이
어린 풀숲 위에 내려와 뒤척이기도 하고
계단을 타고 이 땅밑까지 내려오는 날
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도
누군가의 가슴에 실려가는 노래일 수 있을까.
청명한 가을 밤이면, 이 노래를 듣는다.
시를 안 읽은지 오래 되었고, 시집을 산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.
그럼에도 가을이 되면 한번씩 문득 생각이 나서, 이 시를 찾아서 읽고,
이 시와 관련되었던 젊은 날의 추억을 떠올려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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